이번 작업은 경남 합천에 위치한 합천보건소 담벼락에 진행한 글귀 벽화입니다.
긴 담장을 화려한 그림으로 가득 채우기보다는, 오가는 분들이 잠시 바라보며 기분 좋은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짧은 글귀와 소박한 그림을 함께 구성했습니다.
보건소라는 공간의 특성도 생각했습니다. 강한 색이나 복잡한 그림보다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손글씨와 꽃, 나무, 새싹, 고래, 하트처럼 친근한 소재를 사용해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작업했습니다.
“지금도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그냥 이렇게 살면 돼, 너무 애쓰지 말고 조금은 느긋하게.”
“마음이 힘들 땐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요.”
“난 괜찮은 사람이고 너도 꽤 괜찮은 사람이고.”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이런 문장들을 하나씩 만나게 됩니다.
하나의 긴 문장을 이어서 표현하기보다는 담장의 여백을 충분히 남겨 각각의 글귀가 하나의 작은 작품처럼 보이도록 배치했습니다.
글씨 역시 일반적인 인쇄체보다 손으로 직접 적은 듯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반듯하게 정렬된 글씨보다 크기와 굵기에 변화를 주면서 중요한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오도록 구성했습니다.
검은색 글씨만 사용하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어 곳곳에 작은 그림도 함께 넣었습니다.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 나무와 길, 꽃과 벤치, 햇살과 구름처럼 일상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소재를 더했고, 담장 아래쪽에는 연두색 풀과 작은 꽃을 넣어 밝은 느낌을 살렸습니다.
특히 한쪽 벽면에는 파란색 고래와 분홍색 하트를 조금 크게 표현했습니다.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오늘은 작은 행복을 꼭 안아주세요”라는 글귀와 고래 그림, 그리고 “우리의 오늘은 해피엔딩”이라는 문구가 이어지면서 다른 구간보다 조금 더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이번 합천 벽화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담장 전체를 그림으로 채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담장의 밝고 차분한 색을 배경으로 그대로 활용하고 글과 그림 사이에 충분한 공간을 남겼습니다. 덕분에 여러 개의 문구가 들어가도 복잡해 보이지 않고, 걸어가면서 한 문장씩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벽화라고 해서 반드시 크고 화려한 그림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학교나 마을길, 공공기관처럼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장소에서는 이렇게 짧은 글귀를 중심으로 한 담장벽화도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 벽의 형태와 색상을 최대한 살리면서 필요한 부분에만 그림을 더하면 건물이나 주변 환경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긴 담장을 따라 완성된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 각각 떨어져 있던 글귀와 작은 그림들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됩니다.
누군가는 고래 그림을 먼저 바라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문장 앞에서 잠시 멈출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매일 지나치는 평범한 담벼락이 누군가에게는 잠깐 미소 짓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완성한 합천보건소 글귀 벽화 작업이었습니다.
벽의 크기와 주변 환경, 사람들이 바라보는 거리까지 생각하면서 공간마다 어울리는 그림을 만들어가는 현장 작업이었습니다.
글:착한나무 그림:송아트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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